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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0.17 03:23

트윗 내용을 '증명'하라는 요구




개인적으로 트위터와 페이스북 등 SNS에 관심은 많지만, 솔직히 그 세상에서 나란 존재는 영향력을 운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아주 평범하고 작은 '소시민'이다. SNS 영향력을 말할 때 흔히 쓰는 기준인 팔로워 수도 600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발단은 어쩌면 아주 사소했다. 2012년 10월15일 퇴근길에 지하철에서 본 풍경 하나를 집에 와서 트위터에 옮겼을 뿐이다.


"지하철 실제 상황. 지하철 자리 곳곳에 앉아서 야권 후보들 욕을 열심히 하시던 아줌마들. 한 역에서 우르르 내리더니 한분이 '오늘은 여기까지 할게요. 수고하셨습니다'하고 퇴근한다. 이런 광경을 보다니! 트윗할 꺼리를 주셔서 감사함다."


대선을 앞두고 시기적으로 민감하긴 했나 보다. 트윗은 내 생각보다 빠르게, 그리고 많이 리트윗(RT) 됐다. 트위터러들이 덧붙이는 말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내용들이었다. '알바' '헐' 등등. 그리고 팔로워가 급격히 늘었다. (그다지 정치적이지 않은 내 성향을 알게 되면 아마도 언팔 행렬이 이어지겠지만.)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불편한 멘션들이 오기 시작했다. "상상력으로 여론 조작 하냐" "근거 없는 음모론" "이런 식으로 소설 쓰지 말라" 외 등등. 오히려 충분히 예상할 수 있었던, '증거가 없으니 믿을 수 없다'며 의심하는 멘션은 조금 더 뒤에 도착했다.



<지적하는 멘션을 보낸 한 분과 나눈 대화.>


트위터에 '기사'를 써야 할까


꽤 오래된 직전 포스팅은 트윗 발언이 공적 발언이냐 아니냐를 고민한 글이었다.( "트위터는 공적 공간" 어떤 기준으로? ) 이번 트윗에 돌아오는 멘션을 받으면서 느낀 불편함은 당시 고민의 연장선상에 있다.


1. 정치적인 선동?


물론, 개인적인 정치적 색이 들어있다고 볼 수 있다. '볼 수 있다'는 표현이 좀 이상해 보일 것이다. 그러니까, 비겁해 보이겠지만 변명하자면 적어도 이 짧은 트윗 안에는 그 아주머니들이 어떤 조직에 속했다거나 정치적인 의도를 가지고 한 행위라는 해석은 없다.


한때 신문사 인터넷부서에 기자로 있었고, 관련된 일을 지금껏 하고 있다. 써 온 습관이 있는데 설마 그 정도 퇴로도 없이 썼으려고. 그러나 어떤 상황을 여러 사람이 한 방향으로 해석할 때는 그렇게 해석할 만한 사회적인 이유가 있는 거다. 그건 누구도 통제할 수 없다. 그걸 본 사람에게 '자기 부정'을 하라는 건 더 이상하다.


2. 확실한 사실만 올려라?


SNS에서 특정인이나 특정 집단을 모함하거나 악의적인 허위 사실을 유포해서는 안 된다. 그건 당연하다. 온라인에 적용되는 법 이전에 기본적인 윤리의 문제다. 그러나 트위터에 '확인된 사실'만을 써야 한다고 요구할 수 있는지는 다른 문제다. 여기서는 '확인'이라는 말이 '증명할 수 있는'의 의미로 치환되기 때문이다.


언제 어디서 일어나는 모든 일들이 오가는 트위터 세상에서 '확인'이란 개인의 영역일 수밖에 없다. 증명해 보라는 요구를 충족시킬 수 있는 방법이라야 "언제 어디서 '내가' 들었어 (또는 봤어)"라는 주장밖에 없다.


언론 기사는 취재한 팩트의 크로스 체크가 필요하다. 그러나 같은 잣대를 '현장의 트윗'에 적용해야 하는지는 의문이다. 언론사에도 기자가 직접 본 현장의 스케치 내용을 '증명해 보라'고 하는 요구는 설득력이 없지 않은가. 현장의 기록은 '누구는 빨갱이라더라'라는 규정화와 달라서 증명할 필요도, 방법도 없다. 그 장면의 의미 또한 직접 부여하지 않으면 읽는 이들이 해석하기 나름이니 발화자가 증명할 수는 없다.


내가 쓴 트윗은 분명 내가 본 장면이다. 그리고 그것이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것 또한 인정한다. 그러나 트위터에서 사실을 증명하라는 요구가 과연 옳을까. 그런 장면을 '왜' 올렸느냐는 항의라면 몰라도. 믿어지지 않는 건 그저 믿지 않으면 그만이다.


트위터는 기존 포털사이트보다는 집단지성에 의한 필터링이 비교적 가능한 구조다. 다수의 동의 여부에 따라 노출량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증명이 가능한 성격의 내용이라면, 반대 의견을 가진 이들은 리트윗의 흐름 속에서 반증하면 된다. 트위터가 더 자유로울 수 있는 이유다. 서로의 발화 권리를 충분히 인정해도 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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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랫동안 쉬고 있던 블로그에 이런 이유로 다시 글을 올리게 될 줄 몰랐다. 부디 이 글이 쓰는 이의 부족함으로 인해 온라인 상의 명예훼손이나 악의적인 허위사실 유포 등을 옹호하는 것으로 읽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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