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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11.08 11:22

수능날 '크리스천다움'을 생각하다 -수험생들에게 쓰는 편지

저는 크리스천입니다. 다른 글들에는 직접적으로 나타내지 않지만 이번엔 매우 종교적인 시각이 담겨 있으니 혹시 그게 많이 불편하시다면 이 포스트는 읽기 어려우실지도 모릅니다. 그래도 읽어 보시고 같이 고민해 주신다면 감사하고요.

 

또 돌아온 수능날. 크리스천 수험생들에게.

 

얼마 전에 제가 사무실에 없을 때 오셨던 손님이 '여기 계신 분들 다 교회 나가셔야 대박이 나요'라고 하셨다고 전해들습니다. 덕담으로 하신 말씀이겠지요.

 

그런데 말이죠. 저는 주변에서 '기독교 기업'을 내세우고도 망하는 회사 많이 봤거든요. 기독교계 잡지나 미디어는 거의 초토화 상태고, 교회 관련 기업들도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조금 시각을 돌려볼까요. '기독교 기업'이라고 써붙이고 안으로는 비정규직 차별에 임금 사기, 노동자 탄압으로 얼룩진 회사도 꽤 봤습니다. 그렇게 착취한 돈을 가지고 '하나님이 주신 지혜로 경영해서 부를 주셨다'고 간증하는 사장도 있어요.(미친거죠)

 

하나님은 당신을 의지하는 자녀들에게 분명 복을 주십니다. 보호하시고 은혜를 내려주십니다. 그런데 말입니다.(여기서 '그것이 알고싶다' 톤으로 읽는 게 포인트) 왜 제자들은 그렇게 순교했을까요. 우리 믿음의 선배들 중에도 왜 그렇게 어렵게 사신 분들이 많을까요. 어렵게 사는 것이 좋은 신앙이라는 말을 하는 게 아닙니다. 또 그런 정의는 옳지도 않다고 생각해요. 저는 설교자도 아니고, 신학 근처에도 못 간 평신도이지만 제가 고민한 결과를 나누고 싶습니다.

 

한국교회는 사회 경제적으로 어려울 때 일어서면서 매우 빠르게 성장했습니다. (부흥이라고 표현하지는 않겠습니다.) 어려운 시기이니 만큼 그 어려움을 이기고 일어선 성공 신화를 믿음의 결과로, 기도의 응답으로 여겼죠. 지금까지도 그렇고요. 어떤 사업에서 돈을 벌고, 어떤 경쟁에서 이기는, 뭐 그런 것들이 간증이란 이름으로 '선포'되어 왔습니다.

 

그런 내용들이 하나님의 인도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고 보지는 않습니다. 물론 하나님이 주시는 복이겠죠. 하지만 과연 그것이 하나님의 관점인지,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닌 교회에서 그렇게 관심을 가져야 하는 내용인지가 문제입니다. 그 성공과 승리라는 내용이 이 세상의 기준이잖아요. 제가 읽은 성경에서는 우리의 싸움이 혈과 육에 속한 것이 아니라고 했는데.

 

혈과 육의 성공신화에서 벗어나는 것이 진짜 믿음은 아닐지 생각해 봅니다. 열심히 노력하지 말자는 게 아니고, 그 노력의 결과를 단순히 세상의 순위에 대입해서 평가하지 말자는 거죠. 경쟁사회에서, 현대 사회에서 어떻게 그리 사냐고요? 그러니까 믿음이죠. 우리는 이 땅에서의 성경의 가치와 구원의 문제를 추구하며 고민하며 사는 사람들이잖아요. 어떻게 생존할까를 걱정하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잖아요. (그건 저들이 구하는 것일 뿐.)

 

다시 회사 얘기를 돌아보겠습니다. 저는 큰 사업체를 욕심내고 싶지 않아요. 다만 적어도 우리가 윤리나 양심이란 이름으로 지켜왔던 기준을 넘지 않는 미디어 콘텐츠만으로 회사 운영이 가능하다는 걸 증명하고 싶어요. 우리 후배들 착취하지 않고도 어울려 일할 수 있는 회사면 좋겠고, 우리 콘텐츠를 접하는 분들에게 조금이나마 선한 영향을 끼치는 회사가 되면 좋겠어요. 회사가 '대박'을 칠지는 그 다음 문제고.

 


<CTS 수능기도회 리포트>

 

오늘 수능 보면서 그동안 수고하고 노력한 것들, 다 쏟아냈겠죠? 좋은 결과가 있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하지만 '대한민국 성공시대'라는 말이 경쟁 원리를 무시한 뻥이듯이, 수능에서도 모두가 만족할 수는 없잖아요. (모두의 소원을 들어주면 어떻게 되는지는 영화 '브루스 올마이티'를 참고하시길) 입시란 결국, 내가 기도해서 붙으면 더 열심히 기도했을지도 모를 누군가는 떨어지는 시스템인걸요. 바로 위에서 했던 이야기들이 비현실적일까요, 아니면 '기도하면 다 잘 될거야'라는 말이 더 비현실적일까요.

 

만족할 만한 결과를 통해서도, 어쩌면 실망스러운 결과를 통해서도 하나님은 일하십니다. 그 결과에 맞는 자리에서 하나님의 가치를 지켜내며 살아내는 것이 우리 역할일 뿐이죠. 내가 기대한 성공만이 믿음의 결과이고 기도의 응답이라는 생각, 어마 무지한 교만 아닐까요?

 

수능이 인생최대지사고, 대학에 따라 인생 결정되는 거라고요? 뭐, 그렇다고 치죠. 그럼 하나님의 인생보다 대학이 결정하는 인생을 살겠다고 인정하면 되요. 편하게 말이죠. 하지만 혹시 그게 아니라면 결과와 관계없이 최선을 다해 한 사람의 교회로서 살아내세요. 선택은 이제 곧 성인이 될 - 또는 이미 성인인 우리 수험생들의 몫이죠. 저도 기도합니다. 시험 대박 뭐 그런 내용 말고... 이번 수능이 후자의 믿음을 알게 되는 기회가 되기를. 그래서 그 모든 결과보다 믿음의 진보에 감사하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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